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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이식 수술의 현주소…지역병원서 국내 첫 시도


팔 이식 수술은 현대 미세접합수술의 총체적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수십여 명의 의료진이 참여해 10시간이 훨씬 넘는 수술이 진행된다.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준비 중인 영남대의료원과 더블유(W)병원 측은 일단 수술 받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수혜자)을 최대한 많이 모은 뒤 팔을 기증할 공여자가 나왔을 때 적합한 수혜자와 곧바로 연결시켜 수술한다는 계획이다. 팔이식 수술은 수부외과뿐 아니라 정형외과, 일반외과, 성형외과, 감염내과, 병리과 등 10여 개 진료과목이 협진을 해야 한다.


◆수술 과정

대체로 수술을 받는 환자는 18~55세 정도로 신체 및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 아울러 수술 후 일년가량 집중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며, 평생 복용할 면역억제제의 부작용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공여자와 수혜자의 팔의 완벽한 조화를 위해 혈액형, 성별, 나이, 뼈의 크기, 피부의 색깔 및 질감 등이 비슷해야 한다. ABO식 혈액형은 반드시 동일해야 하며, 공여자는 에이즈 바이러스, B형 및 C형 간염, 전염성 질환 등이 없어야 한다.


절단위치나 손상의 형태에 따라 팔 이식 수술의 순서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더블유병원 우상현 원장은 “사고로 팔이나 손이 잘려서 오는 환자들의 접합 수술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미 수술 기법상 아무런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접합 수술은 우선 양쪽 뼈를 단단히 고정시키는데서 시작한다. 곧이어 동맥을 연결시킨다. 가능한 빨리 혈액순환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주요 동맥 중 하나를 연결한 뒤 피하정맥을 연결한다. 이후 힘줄과 근육을 잇는다. 수술 이후 손목 아래 부위가 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봉합이 필수적이다. 말로는 쉽지만 엄청난 인내와 정교한 수술법이 요구된다. 


힘줄을 잇고 나면 다른 동맥을 추가 봉합한다. 주요 동맥 2개가 연결된 뒤 최소 4~6개의 정맥을 이어야 한다. 수술현미경을 보며 주요 신경 3개를 연결하는 게 남아있다. 환자 팔의 신경 끝부분에 있는 신경종을 확실히 제거해 건강한 신경 섬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피부 상에 지그재그 모양으로 피부를 연결하면 기나긴 접합 수술이 끝난다.


◆수술 사례

1998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첫 팔 이식 수술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 환자는 면역억제제 치료를 계속 하지 못해 거부반응이 생겼고, 결국 다시 팔을 잘라내는 절단수술을 받았다. 현재 생존하는 가장 오래된 팔 이식 수술 환자는 1999년 미국 켄터키주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에서 수술받은 매튜 스콧. 응급의료사였던 스콧 씨는 사고로 한쪽 팔을 잃었다.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아들과 야구공을 주고받는 것이 소원이었던 이 환자는 세계에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수술 성공도 걱정스럽지만 이식 후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고, 의료진 50여 명이 참여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더블유병원 우상현 원장도 여기에 함께 했다.


이후 2009년 7월까지 한 팔 이식 22명, 양팔 이식 14명의 수술이 이뤄졌다. 이 중 하나가 2008년 7월 독일에서 이뤄진 양팔 이식 수술. 농사일을 하다 두 팔을 잃은 54세 독일 농부 카를 메르크가 그 해 7월 양팔 모두를 이식 받는 대수술을 받았다. 미국 폭스뉴스는 2008년 ‘의학계 10대 뉴스’를 소개하면서 메르크 씨의 사례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지난 3월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병원에서 에밀리 페넬(26)이라는 환자가 미국에서 13번째로 팔 이식 수술을 받았다. 페넬은 5년 전 교통사고로 오른손을 잃었다. 하지만 여섯 살난 딸을 보다 잘 보살피고 싶은 마음에 이식 수술을 결심하게 된 것. 수술 시간은 무려 14시간. 수술비는 8억여원이 들었지만 아직 실험용 수술로 간주돼 무료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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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여부

수술받은 환자의 평균 나이는 32세(19~52세)이고, 대부분 절단 위치는 발꿈치 아랫쪽이나 손목 근처였다. 손이나 팔을 잃은 뒤 수술을 받을 때까지의 시간은 2개월부터 22년까지 다양했다. 공여자는 모두 남자였고, 평균 나이는 33세(16~50세)였다. 아울러 공여자에게서 팔을 떼어낼 때 절반가량은 다른 내부 장기를 채취하기 전에 먼저 시행했다.


지금까지 팔 이식 성공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국제팔이식등록기구에서 이식된 팔 모양, 감각능력, 운동능력, 환자만족도 등을 평가한 결과 한쪽 팔 이식 환자 7명은 ‘좋음’ 이상의 결과가 85.7%로 보고됐고, 양쪽 팔 이식 환자 5명은 100%가 ‘좋음’ 이상의 결과를 보였다. 아울러 이식생존율은 95.6%이고, 대부분 환자에서 보호감각회복률 100%, 촉각회복률 90%, 식별감각회복률 72% 등의 높은 회복률을 보였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지난해 팔 이식 수술을 의료 신기술로 인정하면서 “팔 이식 수술은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살펴본 결과 이식 후 사망 환자는 한 명도 없어 안전한 수술임이 입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수술 이후

팔을 이식받은 환자는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간이나 콩팥을 이식받은 환자도 마찬가지다. 이식거부반응은 이식 후 첫해에 85%로 보고됐다. 이런 거부반응을 막거나 없애려면 스테로이드 등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간 및 콩팥 등을 이식받은 환자들이 10~20년 이상 면역억제제를 장기 복용했을 때 암 발생 가능성이 5~10배 정도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따라서 수술 여부에 대해 지금도 논란이 있다.


우상현 원장은 “한쪽 또는 양팔이 없는 환자가 겪는 상실감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실제로 이런 환자들은 면역억제제의 장기 복용으로 인한 위험성을 감안하더라도 수술 받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우 원장은 “팔 이식은 결코 마술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거의 모든 이식환자가 상당한 기능을 회복했지만 결코 자기 팔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는 없으며, 앞으로 면역억제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자료 제공=더블유(W)병원 김앤우 수부외과센터 우상현 원장